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鏡花水月

11911 2023. 3. 10. 19:18

좋아했어요.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해요. 형의 그 덤덤한 표정도, 내겐 없는 어른스러운 면모도. 형을 볼 때면 푸르른 하늘을 보는 것 처럼 상쾌하고 또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.  

많이 좋아해요. 그냥 정말 많이 좋아하기만 해요.
여기서 더 무언갈 바라거나 진전시키려 했다가는 눈에 보이다가도 사라질 신기루처럼 형이 날 떠날까 봐 무서웠어요. 형을 떠올릴 때면 제 마음속에 파도처럼 깊게 들어왔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요.
잡고 싶지만 잡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.

보고 싶고, 같이 있어도 계속 같이 있고 싶고, 때론 손도 잡고 싶지만 꾹 참아왔어요.
형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이러다 우리 둘 다 아파질까 봐 겁나서 오늘도 겁쟁이 처럼 제 마음을 피해요.
있잖아요, 형은 되게 좋은 사람인 거 알아요?
가끔씩 밉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형은 분명 좋고 멋진 사람이에요.
... 아, 말이 너무 길어졌다.
오늘도 좋아해요.